성모님과 순교자의 삶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십자가의 길인 순교의 삶은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의 삶이다. 그리고 십자가 곁을 지키셨던 성모 마리아의 전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더욱 다가서도록 우리를 이끌어 준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당신의 길을 따르는 이들이 모두 '마리아의 아들'(요한19,26참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회의 어머니, 구원의 어머니인 성모님에게 온전히 봉헌하고 의탁하는 영성 생활은 고난의 시대를 건너야 하는 우리 선조 순교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은총의 계획 안에 있는 이러한 마리아의 모성은 주님 탄생의 예고에 믿음으로 동의하시고 십자가 밑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간직하셨던 그 동의에서부터 모든 뽑힌 이들의 영원한 완성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지속된다. 실제로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님께서는 이 구원 임무를 그치지 않고 계속하시어 당신의 수많은 전구로 우리에게 영원한 구원의 은혜를 얻어 주신다. 당신의 모성애로 아직도 나그넷길을 걸으며 위험과 고통을 겪고 있는 당신 아드님의 형제들을 돌보시며 행복한 고향으로 이끌어 주신다. 그 때문에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교회 안에서 변호자, 원조자, 협조자, 중개자라는 칭호로 불리신다."(<교회 헌장>, 62항)

한국 천주교회에 성모 신심이 깊게 뿌리내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교회에 어머니의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성모님은 '순교자의 모후'이시기 때문에, 마음 깊이 성모 신심을 지닌 채 그분의 위로와 보살핌을 청할 때 우리 선조들은 순교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성모님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말하듯이, 어느 순간에도 우리의 "변호자, 원조자, 협조자, 중개자"이시기 때문이다. 

한국 천주교회에 레지오 마리애 활동이 크게 활성화된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는 박해를 견뎌내며 성모 신심을 지켰다. 순교자들은 묵주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기도하는 것은 물론 형장에서도 "예수 마리아"를 부르며 순교하였다. 따라서 한국 천주교회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를 수호 성인으로 모시는 이유도 순교자들의 성모 신심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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